SK 와이번스가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게리 글로버의 눈부신 초반 호투와 팀 타선 전체가 폭발하며 11-6으로 승리했다. 광주 원정 2연패 후 첫승으로 이제부터가 알토란 같은 한국시리즈 무대의 막이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 특히 양팀은 4회말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발생해 팬들의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벤치,선수,팬 모두 다소 루즈할뻔한 이번 시리즈에 불을 당긴 상황이다.



글로버는 정말로 훌륭한 투수

글로버의 투구를 유심히 보면 한가지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할수 있다.
릴리스 탑지점이 높아서 그렇지 않아도 큰 키에서 내리꽂는 투구스타일이 더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코스 공략을 주무기로 펼칠만큼 자신감도 뛰어난 피칭 스타일이다.
위기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릴수 있다는 것은 투수가 지녀야할 덕목중 가장 큰 부분이다. 글로버는 4.2이닝동안 단 한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는데, 한박자 빠른 김성근 감독의 투수교체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첫째, 글로버가 마운드에 내려온 상황이다. 5회초 글로버는 김상훈과 안치홍을 범타로 처리하며 2사까지 잡았지만 이현곤에겐 볼넷, 그리고 이용규에게 히트바이 피치드볼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2번 김원섭.  김성근 감독은 이 시점이 이날 경기의 승부처라고 봤다. 왜냐하면 비록 범타가 되긴 했지만 김원섭이 전타석에서 글로버를 상대로 때려낸 타구질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김원섭은 4회초에 1루수 옆을 총알같이 꿰뚫은 타구를 쳐내고도 박정권의 호수비로 아웃됐었다. 이미 4-0 리드를 잡아가고 있었던 SK 입장에서는 KIA의 추격이 마음에 걸렸고, 김원섭의 타격스타일이 글로버에겐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넘긴 SK는 "위기 뒤의 찬스" 라는 야구의 평범한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곧바로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4득점을 쓸어담으며 KIA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둘째, 이날 날씨도 멀쩡한(?) 글로버를 빨리 내린 이유라고 풀이하고 싶다. 한국시리즈 3차전이 펼쳐진 문학경기장은 쌀쌀한 날씨와 더불어 경기 초반 비까지 내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난로 옆에 모일정도로 몸과 마음이 정적인 상태였다. 글로버는 추위에 비교적 익숙한 미국 클리블랜드 출신이지만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고교를 졸업했을만큼 10월의 한국날씨가 분명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비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던 것을 감안하면 스코어 차이와 더불어 오래 끌고갈 이유가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길게 내다 보고 있는것이다. 결국 글로버에 이어 좌완 이승호가 등판했고 KIA는 중반 이후 따라갈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박정권의 맹타 비밀은 뭘까?

플레이오프때부터 자꾸 박정권 선수에 관한 글을 쓰게 되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와 그를 빼놓고 SK 공격을 논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면 Batting Theory  카테고리에서 언급하기로 한 박정권의 타격비밀은 지금 노출할수가 없는 필자의 사정(지금 써버리면 쓸말이 없게 된다.)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시리즈 이후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한가지 사실만큼은 박정권을 칭찬하고 싶은게 있다.

박정권이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여타의 타자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특히 변화구에 속아서 헛스윙을 당할때 거의 모든 타자들은 십중팔구 상체가 쏠리면서, 그와 더불어 헤드업 되는 상황을 볼수 있는데 박정권은 다르다. 홈런을 많이 생산하려면 몸의 회전력 이전의 상황 즉, 파워포지션에서 체중을 적재하는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배트가 스타트되는 시점인 런치포지션에서 몸의 밸런스도 좋아야 한다. 지금 박정권은 이게 너무나 좋다. 지난 2차전, 정상호에 관한 글에서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공을 점의 형태로 보지 않고 선의 형태로 보며 타격하는 것도 박정권이 맹타를 휘두르는 이유중 하나다.

이런타격을 하게 되면 미트지점에서 공을 충분히 끌고 나가서 타격을 하게돼 자신의 배팅공간에서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배가 된다. 덧붙여 미트지점에서 반드시 자신의 앞무릎 근처에서 포인트가 맞을수 있게돼 질좋은 타구가 나올수 밖에 없다. 지금 박정권은 아무도 못말리는 상황이다.



 이번 시리즈는 4차전 보다는 5차전이 분수령이다.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인 글로버의 투구수를 아끼고도 승리를 거뒀다.
3일 휴식후 선발 등판을 할수도 있다는 뜻이다. 즉 글로버의 다음 등판은 6차전이 될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4차전에서 SK가 승리를 한다면 5차전 승패와는 별개로 6차전에서 글로버를 투입시킬수 있다.

양현종과 채병용이 선발투수로 내정된 4차전은 경험이란 측면과, 낯설음이란 조건에 대입하면 채병용쪽이 더 유리하다.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서 타격감은 SK가 KIA보다 좋았고, KIA 역시 3차전 후반에 보여준 타격상승세라면 이번 4차전이 타격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누가 좀더 마운드에서 오래버텨 주느냐, 그리고 어느팀이 선제점을 뽑아서 리드하는 경기를 펼쳐가느냐에 따라 4차전 승부의 명암이 결정될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SK가 4차전을 내준다면 5차전은 로페즈를 만나게 된다. 자칫 시리즈가 5차전에서 끝나버릴수 있기에 타력에서 앞서는 팀 컬러를 살려 중반 이후에는 가용할수 있는 모든 투수를 총동원 할것으로 보인다. 반면 KIA는 이미 2승을 합작한 로페즈와 윤석민이 남아 있다. 가용할수 있는 선발투수로만 한정한다면 여전히 SK 보다는 KIA가 더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SK 고효준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이날 이승호와 윤길현에 이어 8회초 등판한 고효준은 또다시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직전 김성근 감독은 SK 마운드의 키플레이어로 고효준의 역할을 강조한바 있다. 하지만 고효준은 등판하자 말자 던진 초구가 김상현의 홈런포로 연결됐는데 비슷하면 배트가 나가는 김상현의 스타일을 간과한 피칭이었다. 찬스에서 자신이 해결하려는 욕심이 강한 김상현, 더군다나 이번 시리즈 들어 아직 홈런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너무나 정직한 승부였다.

특정 선수에게 이런 말을 하면 실례지만 SK가 1,2차전에서 패한 가장 큰 원인은 고효준의 부진에 있다. 위기를 스스로 자초 하며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진 지난 두경기는 불펜의 힘을 팀 전력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던 김성근 감독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이날 3차전엔 선발투수가 물러난 후 이승호가 올라왔던것도 고효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효준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얼마만큼 자신의 역할을 해낼지가 SK 불펜 야구의 키포인트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KIA 입장에서는 김상현의 홈런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서 SK에서 상대를 안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기다림속에 기여코 쓰리런 홈런을 쏘아올린 김상현의 타격상승세가 3차전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KIA가 그동안 답답할만큼 터지지 않았던 지난 1,2차전에서의 공격력의 문제점을 한꺼번 해결줬다. 시너지 효과는 중심타선의 폭발력에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김상현의 홈런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서재응과 정근우는 4차전이 끝나면 만나서 술한잔을 해라

어쩌면 이번 벤치 클리어링은 예고됐던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정규시즌때도 서재응과 정근우는 한번 으르렁 댔던 전례가 있고, 초반 리드를 허용했던 KIA 입장에서는 분위기와 기싸움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이런 상황을 만들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상 이런 상황은 고의라고 판단되는 몸에 맞는 볼이 왔을때 나타나는데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투수땅볼 타구를 잡은 서재응은 좀 더 빠른 타이밍에 1루로 공을 던져 아웃시킬수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1루쪽으로 걸어가며 여유롭게(?) 공을 던졌는데, 이건 서재응이 분명 잘못한 것이 맞다. 굳이 승부욕이 강한 선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범타를 친 타자는 모두가 속상한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재응의 볼처리에 정근우는 투수를 노려봤고, 이걸 본 서재응은 정근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야구에서 선후배는 경기장 밖에서나 예의를 차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라운드에 서면 설사 친동생이 상대팀 소속으로 있더라도 적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선배를 노려봤기 때문에 정근우에게 질타를 하는 일부 야구팬이 있는걸로 아는데, 최소한 그상황에선 정근우를 탓할 일이 아니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비록 법은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지만) 이번 사건은 서재응이 원인을 제공했다.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잡힌 과거 윤길현과 같은 사건 즉, 선배에게 욕을 했거나 하는 상황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번 벤치 클리어링의 앙금은 한국시리즈란 큰 경기의 압박속에 나왔던 상황이니만큼 쉽게 해결될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또다시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할수도 있다는 뜻이다. 4차전이 끝나면 하루 쉬고 잠실로 이동한다. 쉬는날 서로 만나서 간단히 술한잔 하면서 그동안의 앙금을 풀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누가 어떤팀 소속이며, 또 누가 어떤 팀선수의 팬이란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빨리 풀어야 남은 한국시리즈, 더 나아가 내년시즌까지 이어질수도 있는 이번과 같은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수준높은 야구를 볼 권리가 있다. 비단 이것은 경기력만 놓고 국한된 것이 아닌, 경기장에서 일어날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 것이다. 어찌됐던 이번 3차전은 승패 여부를 떠나 야구팬들의 시선을 한껏 그라운드로 몰입하게한 계기가 됐다. 이번 벤치 클리어링이 남은 경기에서 어느팀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될까? 우선 4차전 양현종과 채병용의 어깨로부터 시작된다. 윤석구의 야구세상은 4차전의 경기내용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


사진/ 연합뉴스 & SK 와이번스 &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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