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차전] KIA에는 있고 SK는 없는것

Korea Baseball 2009/10/17 23:40 Posted by 윤석구


KIA 타이거즈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윤석민의 호투와 최희섭의 적시타로 9회초 정상호의 솔로 홈런으로 한점을 추격한 SK를 2-1로 물리치고 2연승, 이젠 타자들의 타격감 회복이란 숙제만 남겨두게 됐다. 이날 2차전은 경기내용이 상당히 루즈한 편이었다. 좀더 많은 적시타, 그리고 좀더 많은 집중타가 나오길 바랬지만 윤석민과 송은범의 호투에 막힌 투수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SK가 좀더 많은 기회를 잡고도 후속타 불발로 끝낸 이닝이 많았던지라 1패 이상의 충격으로 남을만한 경기였다.

선취점은 KIA가 먼저 뽑았다. KIA는 4회말 공격에서 1사후 김원섭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이어진 2사 2루 찬스에서 `4번타자' 최희섭이 3루수 옆을 총알같이 꿰뚫은 1타점 적시타로 첫 득점에 성공한다.
3회까지 KIA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던 송은범이 첫 출루를 허용하며 벌어진 일이다.
KIA는 6회말 공격에서도 SK 바뀐 투수 고효준으로부터 이용규,김원섭이 연속 볼넷을 얻으며 출루한 후 나지완의 보내기 번트가 성공하며 다시한번 최희섭 앞에 득점찬스의 밥상을 제공한다.
최희섭은 고효준의 가운데 약간 높은 공을 깨끗한 중전안타로 연결하며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SK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마무리 유동훈을 상대로 정상호가 광주구장 센터 그린몬스터를 넘기는 괴력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한점을 추격했지만 이후 나주환의 2루타로 맞이한 동점찬스에서 박재홍이 삼진을 당하며 경기를 마감했다.



KIA는 있고 SK에겐 없는 것

이날 SK는 총 10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반면 KIA는 5안타의 빈공.
안타수로만 놓고 보면 SK의 승리로 끝나야했을 경기였다. 하지만 SK는 1회초 박재상의 2루타와 정근우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2회초에도 나주환과 김강민이 연속안타를 쳤지만 박재홍이 삼진을 당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이날 SK 선발 송은범이 3회까지 퍼펙트한 투구내용으로 KIA 타선을 꽁꽁 묶었던 경기내용을 상기하면 SK 입장에서는 초반 선취득점 실패가 경기를 그르친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셈.

이뿐만이 아니였다. 0-1로 뒤지던 5회초 공격에서는 나주환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김강민의 보내기 번트 실패, 그리고 나주환이 도루를 하다 실패하는 불운이 계속됐다.
6회초 공격은 더더욱 처절했다. 1사후 박정권과 최정이 연속안타를 치며 출루, 최소 동점찬스를 잡지만 믿었던 이호준이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나며 다시한번 득점에 실패한다. 득점찬스에서 마치 모든 타자들이 약속이라도 하듯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반면 KIA는 딱 2번의 찬스를 모두 살려내며 2득점을 올렸는데 이용규와 김원섭의 출루로 인한 최희섭의 적시타로 이뤄낸 득점이었다. 6회말 공격에서 나지완의 번트성공도 작은 야구를 할줄 아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날 경기 승패의 명암은 딱 이것이었다. 덧붙이자면, 이번 포스트시즌들어 유독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 타자들이 반드시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호준 선수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고 본다. 베테랑 타자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찬스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은 팀 사기차원에서도 큰 타격이었다. 반면 KIA 는 1차전에서 베테랑 이종범의 맹타, 2차전은 팀의 중심타자인 최희섭이 찬스에서 모두 해결했다. 2연승과 2연패의 차이는 이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것.



또다시 저질러진 볼넷, 2차전은 씨앗이 싹텄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난 후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SK가 1차전에서 패한 것은 고효준의 볼넷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래서 `볼넷은 눈물의 씨앗' 이라고 했는데 이번 2차전 역시 볼넷으로 SK가 무너졌다. 씨앗이 싹틀 지경이다. SK는 선취점을 빼앗긴 4회말 수비에서 1사 후 김원섭을 볼넷으로 내보낸것이 화근이었다. 곧바로 터진 최희섭의 2루타로 득점을 허용한 SK 는 6회말에서도 KIA의 테이블 세터들인 이용규와 김원섭이 나란히 볼넷을 얻어나가며 또다시 최희섭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내줬다.

단기전에선 투수들이 총동원되기에 박빙의 승부처가 경기중 곳곳에 배치되는것이 보통인데 결국 SK는 승부처의 모든 원인제공을 볼넷때문에 그르쳤다. 반면 KIA는 이날 윤석민이 1회와 5회에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후속타자들을 모두 틀어막았다. 같은 볼넷을 내주고도 점수로 연결한 KIA와 그렇지 못한 SK의 경기 결과는 이렇게 달랐다.



윤석민 7이닝 무실점+최희섭 2타점이 만들어낸 승리

투수들이 던진 공은 그립이 같더라도 변종해서 던지는 경우가 많기에 특정 구종을 대명사하면 안된다. 손목의 쓰임새와 미세한 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이 큰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볼때 화면에 찍힌 구속만 가지고도 윤석민의 구종은 파악이 된다.
140km중반-150km초반이 찍히면 포심 패스트볼, 130km중후반-140km초반이 찍히면 하드 슬라이더, 120km중반-120km후반이 나오면 너클커브, 110km대의 구속이 찍히면 커브, 130km대 초중반이 찍히면 독특한 그립으로 던지는 써클체인지업, 등등 필자는 윤석민의 구종을 그립이 아닌 구속으로 판단하는 편이다.

한가지 첨부하자면 윤석민이 팜볼을 가끔 던졌던걸로 기억하는데 팜볼은 지금은 국내에선 거의 사라진 구종이다. 니그로리그의 사철 페이지가 주무기로 사용했던 이 팜볼은 현재 일본에선 몇몇 선수들이 던지고는 있다. 세이부 라이온스의 `팜볼 마스터' 좌완투수 호아시 카즈유키가 전체투구의 약 30%가까이 구사하며 주니치 드래곤스의 미래의 에이스인 아사오 타쿠야 선수도 팜볼을 던진다.(본문에 충실하지 않고 또 주제가 벗어날 조짐이다. 이것은 이쯤에서)

이날 윤석민은 비록 안타를 많이 허용하긴 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호투를 펼쳤는데 부상으로 인해 40여일만에 등판한 경기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KIA 타선이 전체적으로 아직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놓고 볼때 1차전 로페즈와 2차전 윤석민이 보여준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은 팀 2연승의 절대적인 수훈갑이다.
비록 홈런은 뽑아내진 못했지만 최희섭 역시 4번타자란 이런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두번밖에 되지 않았던 팀 득점찬스를 모두 살려냈다. 지금까지로만 놓고 볼때 SK는 안되는 팀이고 KIA는 되는팀이다.



십자수가 취미라는 정상호, 하지만 그의 홈런포는 십자포화 이상이었다.

흔히 타격에서 공을 받혀놓고 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건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할수 있는데 첫째, 공의 코스에 따른 스트라이드(Stride) 된 착지점의 위치(게스히팅 포함) 상태, 두번째는 팔이 리드가 되는 스윙이 아닌 허리가 스윙을 리드하는 타격을 할시(Club Foot & Hip rotation의 원활한 진행),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날아오는 공을 점의 형태로 보지 않고 선의 형태로 바라보며 타격을 했을시 컨택트 지점에서 명확할 정도로 아름다운 스윙이 나온다. 솔직히 9회초 정상호의 센터홈런은 전율이었다.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맞는 순간 그린몬스터를 넘겨버릴줄 알았다. 선천적인 신체조건은 논외로 치더라도 위에서 제시한 이 3가지 타격기술이 정확히 합체된 결과의 타구였기 때문이다. 또한 로우볼은 스윙궤적상 걷어올리는 어퍼컷 스윙(Upper Cut Swing)이 될수밖에 없어, 홈런이 나오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인 공을 띄울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파워-기술-궤적의 삼위일체가 발휘된 정상호의 이홈런을 올시즌 최고의 타격이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다.

덧붙여 정상호가 프로데뷔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때 우용득(전 삼성감독)씨가 "안타까운 거포유망주 2명" 라는 기사 제목(세월이 흘러서 제목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칼럼의 기억을 끄집어 내자면 변화구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서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상호에 대한 조언이 지금도 굉장히 인상깊이 남아있다.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성 변화구를 가격하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필자가 첨부를 하자면 정상호는 투수가 던진 아웃피치 공을 가격할때 상체가 먼저 나가는 버릇이 있어서 밸런스가 먼저 무너진다는 것과, 이걸 대처하기 위해선 무조건 그공은 잡아당겨치면 실패라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리고 이걸 알면 설사 아웃코스에 오는 공일지라도 좌측(우타자)으로도 홈런이 나올수 있다. 왜냐하면 빠른 포심 패스트볼은 타이밍이 정확히 맞으면 잡아당긴것, 그리고 밀어친것이 명확한 답이 나온다. 하지만 변화구는 포심 패스트볼에 비해 구속이 떨어지기에 타이밍만 맞으면 아웃코스 공도 잡아당겨서 얼마든지 홈런을 칠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야구경기를 보다보면 분명 아웃코스로 오는 공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잡아당겨 홈런을 만드는 타자를 종종 보게 된다. 이건 파워도 파워지만, 떨어지는 공에 대한 스윙 매커니즘의 기술적인 부분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이 타격기술에 대한 것은 일본시리즈까지 모두 끝난 후 오프시즌동안 필자가 반드시 Batting Theory 카테고리에서 언급할 것임)

정상호가 올시즌 이러한 부분에서 경험이 쌓이며 한단계 진일보했다. 이젠 야구격언에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포수가 태어나면 SK로 보내라" 라는 신조어가 나올때도 됐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9회말 유동훈을 상대로 보여준 정상호의 괴력은, 말 그대로 괴물과 같은 홈런포 그 이상의 충격적인 타구였다. 참고로 우용득 전 감독이 썼던 칼럼에서 언급한 나머지 한명의 거포유망주는 지금 상무에 있는 KIA의 김주형이다.

자, 이제 양팀은 일요일 하루를 쉬고 19일 인천으로 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치른다.
SK 입장에서는 3차전마저 내준다면 이번 한국시리즈가 이대로 끝날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인지라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지가 관심이 가는부분이다. 반면 KIA는 또한명의 이닝이터인 릭 구톰슨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어 내심 3연승까지 노려볼수 있게됐다. 상대팀 입장에서 볼때 정말로 징그러운 KIA 선발투수들이다.
3차전에서 SK가 1,2차전에서의 득점력 빈곤을 풀지, 아니면 KIA 타선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해 타격마저 폭발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한국시리즈 3차전 리뷰는 19일 경기가 끝난후 다시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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