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니혼햄 파이터스를 2-0으로 물리치고 지난 2002년 이후 7년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라 타츠노리 제2기 체제 들어 첫 우승이며 요미우리 구단으로서는 V21을 달성하는 뜻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역시 단기전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선취점의 중요성이 부각된 한판승부였다.
요미우리는 2회초 공격에서 카메이 요시유키의 2루타에 이은 아베 신노스케의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 경기 양상은 투수전. 하지만 요미우리는 6회초 2사 후 마츠모토 테츠야의 안타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의 안타로 추가점을 얻었다. 마츠모토를 1루에 두고 오가사와라가 우전 안타를 쳐냈지만 니혼햄 우익수 이나바 아츠노리가 공을 더듬는 바람(실책)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허용한 것이다.
요미우리 마무리 마크 크룬은 8회말 2사 1,2루에 등판해 위기를 넘겼지만 9회말 들어와 난조를 보이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첫타자는 작년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니오카 토모히로. 니오카는 크룬의 몸쪽공을 잡아당겨 좌익수쪽 2루타를 쳐내며 무사 2루 찬스를 잡는다. 곧이어 타나카 켄스케의 1루땅볼로 1사 3루 상황을 만든 니혼햄은 이날 부진했던 모리모토 대신 타석에 들어선 대타 이나다까지 볼넷을 골라 출루하며 1사 1,3루의 황금찬스를 또다시 맞이한다. 하지만 니혼햄의 반격은 이것이 전부였다.
크룬은 3번타자 이나바와 4번타자 타카하시 신지를 포크볼 위닝샷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양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웠다. 니혼햄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이나바의 삼진때 1루 대주자 곤타가 2루 도루까지 성공해 2사 2,3루 찬스를 잡고서도 적시타 부재로 동점 찬스를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이승엽은 이날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하긴 했지만 두차례에 거친 호수비로 살얼음판 승부처에서 제몫을 다해냈다.
니혼햄 패배의 원인
필자 개인적으로 이날 니혼햄이 보여준 공격력은 정말로 참기가 힘들정도였다. 흔히 하는 말로 `변비야구'의 극치를 보여준 답답했던 적시타 부재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니혼햄은 요미우리보다 2배에 가까운 11안타(3볼넷)를 쳐내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14개의 잔루를 기록하며 단 한점도 뽑아내지 못하면서 6차전을 이기겠다는 심뽀는 도둑놈들이나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거짓이라면 놀라운 경기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니혼햄은 1회부터 9회까지 매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냈다. 그중 니혼햄은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무려 6차례나 맞이한다.
첫번째 찬스는 1회말 공격부터 찾아왔다. 니혼햄은 선두타자 타나카가 안타로 출루한 후 타카하시의 투수 강습 안타로 맞이한 2사1,2루 찬스에서 5번 슬래지가 1루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4회에는 1사후 코야노의 볼넷과 이토이의 안타로 맞이한 1사 1,2루에서 츠루오카의 보내기 찬스로 1사 2,3루 기회를 잡지만 니오카가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기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이정도는 변비야구의 중심이 되기엔 축에도 끼지 못하는 어설픈 찬스에 불과했다.
5회에는 선두타자 타나카의 안타와 2번 모리모토의 희생번트로 맞이한 1사 2루 찬스에서 3번 이나바와 4번 타카하시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또다시 찬스를 무산시켰다.
6회말에는 선두타자 코야노의 안타와 츠루오카의 안타로 맞이한 2사 1,2찬스에서 니오카가 2루땅볼로 물러나며 나시다 감독을 답답하게 했다.
8회말에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타카하시가 안타를 쳐내며 시작된 득점찬스는 5번 슬래지와 6번 코야노가 연속삼진으로 물러났지만, 7번 이토이가 볼넷을 얻어나가며 맞이한 2사 1,2루 기회에서 츠보이가 땅볼로 물러나며 다시한번 득점찬스를 날려버렸다. 이정도면 니혼햄 팬들의 혈압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음은 물론 필자 역시 인내의 한계를 느꼈을 정도로 정신마저 혼미했을 정도였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은 더욱 처참했다.
선두타자 니오카가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대주자 무라타가 타나카의 땅볼로 1사 3루, 이후 대타 이나타의 볼넷과 대주자 콘타의 도루로 만든 1사 2,3루 찬스에서 믿었던 4번타자 타카하시와 5번 슬래지가 연속 삼진을 당하며 정말로 미련했던 니혼햄 타선의 종지부를 찍으며 크룬의 사자후를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초 일본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필자가 분석했던 니혼햄은 타선의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알토란 같은 다이나마이트였다. 하지만 올시즌 최종전이 되고 말았던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니혼햄은 요미우리에 비해 보다 많은 찬스를 잡고도 스스로 자멸하는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날려버렸다. 제대로 쳐보기나 하면서 물러났다면 아쉽지나 않을 것을.... 이런 일천한 타선이 일본시리즈까지 올라왔다는 것도 아이러니 하다. 올시즌 세이부 라이온스의 부진이 니혼햄의 일본시리즈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줄만큼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니혼햄 타선이었다.
니혼햄 패배의 원인(2) 다르빗슈는 어디갔나?
단기전에서는 팀 에이스의 활약은 절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니혼햄은 최근 3년여동안 600이닝에 가까운 이닝을 소화한 다르빗슈가 올시즌 후반기부터 몸에 이상을 느끼며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비록 6일 휴식후 일주일만에 등판하는 다르비슈의 로테이션이 정당한 변명거리가 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던 그는 혹사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생활이었다. 올시즌 다르빗슈가 등판했던 경기들을 유심히 보면 평균 8이닝을 던지면서 2실점을 하면 팀이 패하고 1실점 이하로 막으면 팀이 승리하는 웃지 못할 이닝이터 과부하를 보여줬다. 이것이 일본야구의 정석이라면 이런 야구는 때려치우라고 조언해주고 싶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덧붙여 가장 위기의 상황에서 팀 에이스를 써먹지 못하는 팀은 정규시즌 1위의 영광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본다. 그 의미에 대한 특별함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1년 농사의 수확물을 확인하는 단기전에서 팀 에이스의 부재를 느끼면서까지 우승을 욕심냈다면 나시다 감독은 감독감으로서 제로에 가까운 인물이다.
니혼햄은 다르빗슈를 단 한경기(2차전)만 투입해 팀 승리로 보상받았을뿐 이후 활약을 전무하게 만들었다. 좀 더 확실한 우완 선발투수 한명을 보강하지 않으면 내년시즌 니혼햄은 리그 강자로서 영원할것 같은 클래스는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종료해야 한다. 니혼햄 구단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자 숙제를 남긴 일본시리즈였다고 본다.
토노 슌의 부상이 우츠미라는 행운으로 다가왔나?
6차전에서 요미우리 선발 투수 토노는 1회말 2사 후 4번타자 타카하시에게 투수 강습 타구를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토노의 초구를 친 타카하시의 타구는 총알같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강력한 타구였다.
이후 하라 감독은 토노를 내리고 3차전 선발 투수였던 우츠미를 투입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다. 우츠미는 니혼햄 타선을 맞이해 4.2이닝동안 무실점(4피안타,4볼넷)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구에서 팀 분위기라는 것은 경기력 못지 않게 선수단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것은 때론 팀 분위기 상승을 가져오지만(베테랑 선수의 부상투혼 등) 팀의 주축이라고도 할수 있는 선발투수의 부상은 자칫 이대로 경기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보이지 않는 절대믿음의 변심을 가져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6차전이 그랬다. 하라 감독이 작년시즌부터 미래의 선발투수감으로 점지하며 키워냈던 토노의 부상은 시리즈 향방의 분수령이었던 이번 6차전의 악재로도 작용될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설픈 눈웃음이 비호감인 우츠미는 토노를 대신해 멋진 호투를 보여주며 팀 우승의 시발점 역할을 다해냈다. 이렇게 큰 경기에선 때론 돌발적인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곤 한다. 그것이 우츠미의 호투로 이어졌고 다르빗슈를 단 한경기만 상대했던 요미우리의 행운도 맞물린 일본시리즈였다.
하라 타츠노리, 일본 제1의 명장으로 떠오르나?
언제나 그렇지만 요미우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자금력을 가진 팀이다.
비록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진 못했지만 오프시즌 동안 데려온 마이클 나카무라, 올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딕키 곤잘레스는 요미우리가 아니면 영입할수 없는 인물들이다. 또한 시즌 후 퇴출당한 에드가르도 알폰소는 못먹는 감 찔러나 보겠다는 배짱도 요미우리이기 때문에 시도할수 있는 모험이었다. 어차피 이런 선수들이 못하더라도 대체할수 있는 선수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잘하면 대박이고...
참 쉽죠잉~~ 야구를 하는 요미우리는 그만큼 전력 외적인 강팀의 조건을 갖춘 냉혈한 팀이다.
하라는 이번 우승으로 감독직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물론, 앞으로의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것으로 예상된다. 시즌전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대표팀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요미우리를 7년만에 다시 일본정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2년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일본시리즈 우승에 실패해 요미우리 수뇌부의 질타와 언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렸던 하라는 이번 우승으로 지도자 인생의 전환점을 다시한번 맞이할것으로 보인다.
3년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2위 주니치와는 12경기, 3위 야쿠르트와는 무려 22경기 차이의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팀 전력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던 하라였다.
부상으로 인해 최근 2년동안 본래의 모습을 볼수 없었던 타카하시 요시노부는 은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도쿄 명문 게이오 대학 출신의 타카하시는 요미우리의 프랜차이즈 출신이다. 그 언젠가도 언급한적 있지만 하라가 감독직에서 물러나면 타카하시를 후임 감독감으로 점지해 놓고 있는게 요미우리 수뇌부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이번 우승으로 설사 타카하시가 재기에 실패해 지도자 수업을 받더라도 하라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것이 확실해졌다. 현역시절 3루수로 활약하며 강타자의 면모를 보여줬던 하라는 이번 우승이 지도자 생활의 전환점 이상의 의미가 있는 한해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승엽의 향후 진로
이승엽은 치바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한 2006년 당시 인터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다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라는 소감을 발표한적이 있다. 비록 올시즌 자신의 손으로 팀 우승을 이끌진 못했지만 어찌됐던 요미우리는 우승을 차지했고 이승엽은 일본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나름의 활약을 해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승엽은 일본야구를 경험하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갔어야 했다.
비록 1,2년동안은 마이너리그에서 빵을 씹을지 모르지만 그가 가진 천부적인 홈런포의 인지능력과 노력하는 자세는 경험만 뒷받침되면 일본보다는 오히려 미국야구가 입맛에 맞는 스타일이었다고 감히 예상해 본다. 같은 한국사람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금일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도 이승엽의 스트라이크 존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공 2개정도는 빠졌을법한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가 하면 공 2개정도는 높아 보였던 상하 존도 스트라이크로 인정하는 야구를 보면서 너무한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3구이내에 승부를 봤던 공격에서 가장 월등한 성적표를 남긴 타자다. 이걸 바꿔 말하면 그만큼 볼카운트가 몰리면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넓힐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심리적 부담이 컸다는 방증이다.
일본야구가 투고타저의 흐름을 끊으려면 이승엽 뿐만 아니라, 여타의 타자들에게 부여하는 스트라이크 존부터 갈아치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양인의 리치를 감안할때 바깥쪽 그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면 그 코스의 공을 쳐낼 타자는 아무도 없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서양)들은 리치가 길기에 그공을 밀어서라도 홈런을 쳐낼수 있지만 그밖의 타자들은 닿지도 않는 코스다. 언제까지 이승엽이 일본에서 활약할진 모르지만 제발 이런 말도 안되는 스트라이크 존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미우리의 우승을 끝으로 2009년 한미일 야구는 모두 끝이 났다. 공교롭게도 전통의 명가라고 할수 있는 뉴욕 양키스(27회 우승)와 요미우리 자이언츠(21회 우승) 그리고 KIA 타이거즈(10회 우승)가 동시에 우승하는 묘한 시즌이 되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돈을 써가며 우승한 양키스와 요미우리는 앞으로도 강팀의 면모를 오랫동안 유지할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일 챔피언 결정전은 요미우리와 KIA의 단판승부로 14일 나가사키에서 펼쳐진다. 아직 선수 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야구 대표로 나서는 KIA가 이번만큼은 다른 결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 월드시리즈에 비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일본시리즈 경기 리뷰는 오늘로서 끝났습니다.
야구란 것은 어디에서 하건 경기 그 자체가 재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했준 일본시리즈
였네요.
사진/ sanspo.com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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