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미국으로 떠난지 올해로 8년째다. 2001년 당시 동양의 날쌘돌이 이치로의 광풍에 미국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때쯤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는 포스트 이치로의 부재를 아쉬워해야 했다. 이 아쉬움 속에는 이치로가 가진 상징성 그리고 그 상징성이 가진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가 탄생한 1936년 이후 일본식 야구의 전형적인 리드오프형 타자라는 점과 각종의 타이틀 획득은 물론 1번타자로서 거의 모든 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선수다.그의 부재는 센트럴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몰이의 이슈가 부족했던 퍼시픽리그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됐던 부분은 포스트 이치로라 불리울만한 타자의 공백에 있었다. 그와 같은 선수가 빠른 시일내에 나타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치로의 부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출현하게 될 이 선수로 인해 말끔하게 치유하게 된다. 부단하게 자신의 타격폼 연구를 통해 진화하며 현역 일본 최고의 교타자로 성장한 아오키 노리치카(26. 靑木宣親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야자키 휴가시 출신의 아오키는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독종스러운 선수로 유명하다. 성품이 독종이 아닌 야구에 대한 끈임없는 자기 개발의 욕심과 연습이 바로 `야구독종 아오키'를 부르는 외적인 이미지인 것이다.  올시즌 초반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어느틈에 센트럴리그 타율 1위에 올라와 있어 2005년 2007년에 이어 3번째 리그 수위타자를 향해 전진중이다.(OPS 1.009)
 

  year     팀   게임   타수   득점   안타   2루타   홈런    BB   삼진   타점   타율
  2004   야쿠     10     15       1       3      0      0      1       6      0    .200
  2005   야쿠    144    588    100    202     26      3     37    113     28    .344
  2006   야쿠    146    599    112    192     26     13     68      78     62    .321
  2007   야쿠    143    557    114    193     26     20     80      66     58    .346
  2008   야쿠     73    287     55    103     20     12     30      26     43    .359
  통산      516   2046    382    693     98     48    216     289    191    .339

[아오키 노리치카 성적]

 
필자가 아오키의 경기를 처음 본게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다. 물론 일본 매스컴에서 제2의 이치로 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던 당시의 무서움은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WBC 대회 이전해인 2005년에 그가 이치로에 이어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2번째로 한시즌 200안타 돌파(202개. 센트럴리그는 최초)와 신인왕 그리고 수위타자(.344)에 올랐다는 사실은 주목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는 선수가 나타나면 오바를 단골메뉴로 첨부하며 발광을 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에 익숙했던지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선수 중에 한명이었다.[과거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며 연일 자화자찬을 해대던 오하시 히데유키라는 복싱선수가 있었다. 한국의 장정구와 2번 대결해 모두 KO 패를 당했던 어쩌면 일본매스컴이 만들어낸 광대가 아니었나 싶다]
 
일본언론의 아오키에 대한 과찬이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그의 홈런숫자에 있었다. 당시 팀의 1번자타라는 점과 루키시즌 이란것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2005년에 때려낸 홈런은 단 3개. 리드오프 개념이 바뀌어져 가고 있는 현대야구(확실히 미국쪽은 이젠 장타력 있는 1번타자 시대인듯 싶다)에서 풀시즌을 활약하며 때려낸 3개의 홈런은 이치로가 일본시절 보여줬던 모습과는 배치된 이미지였다. 그리고 단 한시즌의 맹활약에 함부로(?) 제2의 이치로란 수식어를 달아줄만큼의 선수였는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아오키는 2005년 당시 1번타자로서 갖추지 않아도 될 삼진이 너무나 많았다. 루키시즌이 커리어하이 시즌이란 느낌도 들었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오키는 매년마다 자신의 타격폼을 갈고 닦으면서 진화를 거듭한 끝에 삼진숫자를 줄였음은 물론 풀타임 첫시즌에 3개였던 홈런을 이후 2006년-13개 2007년-20개로 늘려가며 올시즌에는 팀의 3번타자를 주로 맡으며 올스타전 이전까지 12개의 홈런을 쳐내고 있다. 완벽한 컨택트형 타자에서 한단계 진화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자신의 타격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아오키의 노력의 결실에 있다.
 

 [2006년 당시 아오키의 타격동작]

 

이 당시 아오키의 타격동작과 지금은 변한게 있다. 바로 준비자세 스탠스에서 다소 상체를 세웠던 형태의 업라이트 방식에서 지금은 상체를 웅크리며 최대한 공의 이동 모습을 타자 자신의 시선과 가깝게 하도록 타격폼 자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타자 뒷쪽에서 보면 엉덩이가 돌출(?)될 정도인데 그 상태에서 아주 넓게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체중을 앞으로 끌어내서 타격을 한다. 특징적인 것은 임펙트 이후 뒷발이 앞으로 체중이 이동된 파워를 끌여가며 이탈하고 있는점이다.

 

 

 

 
엉덩이를 뒤로 빼며 상체가 낮아지면서 공을 보는 시선이 보다 용이해진 점이 삼진률을 떨어지게 했으며 그 낮아진 상체만큼이나 하체의 넓은 공간(처음 앞발위치 >스트라이드 보폭)을 자신만의 배팅타이밍으로 파워까지 동시에 보충해줬다. 배팅의 이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처음 미트포지션까지 배트가 들어오는 장면은 뒷다리에 체중을 두었다가 직선으로 내딪으면서 스윙을 하는 전형적인 라이너성 히터가 된것이다.

 

아오키는 이런 타격의 변화를 통해 자신을 채찍질 하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대표팀의 주전 3번타자가 유력한 상태다. 중견수로 나설 전망인데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대표팀으로서는 그를 출루시킬 경우 4번 아라이와 5번 무라타의 한방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아오키는 올시즌 직전 뉴욕 메츠의 오퍼를 받기도 했다.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의 구애에 따른 것인데 결국 미국행은 불발됐지만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서 그가 뛰는 모습을 볼수 있을듯 싶다.

 

아오키 노리치카 타격분석 이전 글 참조  -> http://blog.daum.net/rocker69/9397120 <-

 

 

 

그럼 이용규는 아오키에 비해 어떨까.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리그수준 차이를 고려할때 아직 아오키보다는 한수 아래다. 아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타리그 선수와 국내선수를 비교할때 자주 사용하는 천편일률적인 `리그 수준 차이 ' 이런말들을 하지 않더라도 기량면에서 분명히 떨어진다.

 

하지만 이용규의 나이와 그 스스로도 꾸준히 자신의 타격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비록 뛰는 무대는 다르지만 충분히 대항마가 될수 있다. 아오키(1982년생)보다 어린 그의 나이(1985년생),부상속에서도 팀 사정상 출전을 감행했던 작년시즌의 경험이 올시즌 달라진 타격폼 못지 않게 그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밀어치기 밖에 못한다는 작년의 오명속에 올시즌 그는 인코스 공을 때려내는 능력을 배가 했다.

 

[2007년 이용규 타격]

 

작년시즌 이용규는 타율 .280 에 그쳤다. 2006년 타율 .318 최다안타 1위(154개)및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이 무색했던 한해였다. 유망주가 한시즌 맹활약을 펼치면 다음시즌이 더욱 기대가 되는게 사실이지만 그런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시즌이 분명했다.  물론 발목부상의 여파가 있었지만 타격자세만 놓고 보면 왜 부진했는지에 대한 결과도 도출된다.

 

작년시즌 이용규가 힘들어했던 것중 가장 큰 부분이 `이용규 시프트' 에 따른 상대수비수들의 위치변동이다.

타구가 자꾸 센터를 중심으로 좌측으로 몰리게 되니 상대하는 투수들도 의식적으로 위닝샷을 아웃코스로 던지면서 그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타구를 치는 순간에는 안타라고 생각됐던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그 역시 힘들어 했고 해결점을 찾지 못해 당황했던 것이 부진의 이유다.

 

일반적으로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하는 타자들. 특히 Long-Stride 유형의 타자들이 배팅시 가장 주의해야 하는것이 스트라이드 타이밍이다. 다리를 들어서 내딪는 과정 즉 과연 투수 손에서 떠난 공이 어느시점 그리고 투수의 어떤 동작에서 시작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자는 투수손에서 떠난 공이 어떠한 구종이던간에 투수와 타자의 중간쯤 거리가 넘어오기 전에 스트라이드를 끝맞쳐야 한다. 위의 이용규 타격장면을 유심히 보면 투수손에서 떠난 공이 중간을 넘어가고 있는데 들었던 다리는 지면에 착지할줄 모르고 있다. 이런 스트라이드를 하게 되면 의식적으로 밀어치기를 하는게 아니라 `밀려치기' 가 될수 밖에 없다. 히팅포인트도 당연히 지나치게 뒷쪽에서 이루진다.

당연히 좌측으로 타구를 보내더라도 날카로운 타격을 할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게스히팅 즉 예측타격을 하는 경우를 빼곤 타구자체를 우측으로 보내기가 힘들어 질수 밖에 없다.

바깥쪽 공도 밀어치기가 아닌 밀려버린듯한 타구가 많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힘든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이용규가 올시즌 타격폼을 바꿨다. 그리고 한단계 진화했다.

2007년에 비해 런치포지션에서의 상체이동은 촘촘한 팔꿈치 각만큼이나 배트가 나오는 예리함이 강렬해졌다.

  

 
또한 2007년에 비해 올시즌 달라진 것은 준비동작의 오픈스탠스에서 스트라이드시 앞발을 내딪을때는 스퀘어 상태가 되게 해 공을 자신의 중심에다 놓고 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언제 어느 타이밍에서 스트라이드 그리고 배트를 스타트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져 있으며 앞발을 내딪을때 앞쪽 어깨를 닫아 두고 마음놓고 잡아당겨 치고 있다. 위의 영상 1분 40초쯤부터 느린 배팅장면을 보면 2007년때의 스트라이드 타이밍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날 6번의 배팅에서 번트 안타를 제외하고 5번의 타구를 모두 우측으로 보낸것이 지난해와 달리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증거다. 작년에는 한 경기에서 4-5번의 타석을 들어서서 하나 있을까 말까 했던 잡아당겨 치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젊고 어린 타자들은 어느 한가지의 불일치 때문에 전체적인 배팅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배팅모습을 비디오로 관찰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며(알버트 푸홀스는 경기가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당일 자신의 타격장면을 유심히 관찰하는 거라고 한다) 문제점이 발견됐을시 가장 좋았을때의 인지능력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용규는 1번타자-중견수 출장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아오키 역시 중견수인데 타격 이외에 수비시 양선수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가 있을듯 싶다. 두선수 모두 기동력이 뛰어난 그리고 수비범위가 넓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에서 이제는 장타력까지 겸비한 아오키 노리치카와 이용규를 비교하는 것은 분명 적절하지 않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으며 이용규의 장타력 부족은 또다른 약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단기전 승부는 해봐야 아는것.
 
과연 한-일 전 양팀 중견수 비교우위에서 얼만큼 이용규가 멋진 활약을 해주느냐 그리고 한국 투수진은 아오키를 막을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거란 예상이 가능할 정도다.
진화와 변화를 거듭한 끝에 일본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아오키 노리치카의 타자로서 재능은 이용규가 본받을 점이 많다. 비록 적팀으로 대적하지만 이용규에겐 이번 올림픽이 아오키의 장점을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영상/ 아오키= 야쿠르트 스왈로즈-naver.com video,  이용규= mncast.com
사진/ 아오키= 야쿠르트 스왈로즈 홈페이지, 이용규=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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