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만약 김태균(한화)이 없었다면?
박빙의 승부가 연일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할때 생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태균은 타율 .345 3홈런 11타점을 쓸어담으며 WBC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음은 물론 쿠바의 프레데릭 세페다(외야수)와 함께 만장일치 표를 받은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6개국 1루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말이다.
미국본토에서 한국야구가 연일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을 무렵, 그와 더불어 주목을 받았던 타자도 김태균이다. 특히 멕시코와 본선 2라운드 첫경기에서 상대 선발 올리버 페레즈에게 때려낸 홈런과 결선 라운드 준결승전에서 카를로스 실바를 상대로 쏘아올린 홈런포는 미국전문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쯤 김태균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웃터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국내 야구팬들은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어느정도 성적을 올릴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였다.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공존하는 이 문제에 접근하기 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게 그의 포지션이다. 슬러거들이 득실거리는 1루 자리는 아무리 그가 이번 대회에서 맹타를 휘둘렀다지만 그 벽을 뚫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아직 한국리그에서 뛰다 빅리그에 진출했던 선수의 전례가 없었다는 점, 같은 동양야구지만 일본야구와 또다른 한국야구의 표본이 없었다는 것도 확신을 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다 미국에 진출한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의 예를 들며, 김태균의 빅리그 실패를 예언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물론 리그 수준차이도 있고 야구하는 성향도 각각 다른 한국과 일본이지만 마쓰이는 엄연히 김태균과는 타격스타일 자체가 다른 선수이기 때문이다.
weight shift(체중이동)관점에서 마쓰이는 스트라이드를 하는, 말 그대로 흔히(?) 볼수 있는 타격동작을 가진 타자라면 김태균은 일본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타격동작을 보유한 선수다.
이번 WBC를 통해 일본의 내로라 하는 대표타자들의 타격모습을 봤으리라 믿는다. 뭘 느꼈나?
필자는 1번타자 스즈키 이치로부터 9번타자 카타오카 야스유키까지 한결같은 특징을 발견했는데(거포형과 단타형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 이들은 모두 `업라이트 스탠스' 를 보유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일본야구를 즐기기에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승전에서 더티플레이를 한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나 대회 도중 부상으로 짐을 싼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의 처음 준비자세를 보면 상체를 꼿꼿히 세운 업라이트 스탠스였다.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가사와라(요미우리)는 물론 우치카와 세이치(요코하마)와 나중에 대표팀에 합류한 쿠리하라 겐타(히로시마)와 같은 젊은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이선수들과 비교해 김태균은 어떨까? 대회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지금은 잠잠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일본에서 김태균의 타격분석(데이타도 포함) 즉, Batting의 기술에 관한 말들이 분명 나올것이다.
아시아라운드 도중 김태균의 연습배팅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왕년의 인기스타 기요하라 가즈히로와 같은 사람들이 그냥 넘어갈리가 없기 때문이다. 각 구단의 감독및 타격코치들도 마찬가지다.
WBC가 끝나면 `김태균 특집' 글을 올리겠다고 독자님들께 약속한바 있다. 미리 밝혀두지만 개인적으로 김태균이 메이저리그에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팀으로 이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단, 적응력과 이해함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만 빨리 습득한다면 그렇게 오랜기간 마이너리그에 머물지는 않을듯 싶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타격장면은 천안북일고를 갓 졸업하고 첫 시즌을 보냈던 2001년 당시의 김태균이다. 지금과는 타격동작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상체도 세웠고 준비자세에서 양다리 위치도 스퀘어 스탠스와 가까우며 스트라이드도 한다. 그것도 로드포지션쯤 앞다리 리프팅을 자신의 뒷쪽으로 잡아당겨 놓고 있다. 이 부분만 놓고(다리를 들어올리는) 보면 흡사 프로 초년병 당시 이승엽의 타격동작을 연상케 한다.
위쪽은 프로입단 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타격동작을 바꾼(2006년) 김태균의 모습이며 오른쪽은 이번 WBC에서의 김태균이다.
양쪽 타격자세를 유심히 보면 비슷할것이다. 뭐 거의 비슷해서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라며 지금 이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릴 분들도 있을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탠스의 기준을 나눌때 그리고 타자마다 그 스탠스를 취하는 이유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특정코스에 대한 강함과 약함이다. 오픈 스탠스는 몸쪽 공에 약점이 있는 타자들이 주로 취하며(은퇴한 마해영이 밝혔듯) 클로즈 스탠스는 바깥쪽 공 공략에 애를 먹는 타자들이 주로 취하는 방식이다.(꼭 그렇다는게 아니라 일반론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김태균이 한단계 성장을 한 가장 큰 부분이 인코스 공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코스 공에 약점이 있는 타자는 배터박스 안쪽으로 타이트하게 붙어서지 못한다.
자, 그럼 위의 두 타격동작에서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했을 것이다. 양쪽 타격동작은 비슷하지만 왼쪽의 김태균은 배터박스에서 떨어져서 타격을 하고 오른쪽은 안쪽으로 붙어서 선 상태다. 이젠 그동안 약점 아닌 약점으로 인식됐던 인코스 공도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WBC에서 김태균은 여타의 한국선수들과는 달리 인코스 꽉찬 공을 제대로 공략한 유일한 타자였다. 특히 제구력이 좋은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해서 그 타격기술이 빛났는데 그중 일본과 두번째 대결(1-0 승)에서 4회초 이와쿠마를 상대로 3루선상을 타고 가는 2루타를 쳐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약간 높은 공이었지만 상하가 아닌 좌우 코너웍 개념에서 보자면 타자 몸쪽으로 굉장히 타이트하게 들어오는 그 공을 파울타구를 만들어내지 않고 쳐낸 타격기술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에 이르러 그러니까 2009년 현재 김태균의 타격동작을 포지션별로 나눠 보자면 브로드 스탠스→ 숏 레그 스텝→ 체중이동(weight shift)→ 힙 로테이션의 특징이 있다.
처음 준비 자세에서 스탠스 보폭은 아주 넓은 간격은 아니지만 편의상 브로드 스탠스라고 정의해 놨다는 점을 밝히며 체중을 적재하러 가는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에서의 상체를 한번 보자.
투수쪽에서 보면 몸통을 완전히 클로즈(등번호가 다 보일정도)상태로 틀어놓고 자신의 체중을 뒤쪽으로 옮겨놓는다. 이후 앞발 끝을 투수쪽으로 짧게 내딛으며(뒷꿈치를 들고 발끝으로만) 배트 스타트 이전 동작을 마치는데 런치 포지션(launch position=뒤에 있는 체중을 앞으로 발사)으로 이동할때 배트를 보면 테이크 백(Take back=백스윙)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간결하다. 보통 백스윙이 크다는 것은 돌아나오는 각이 크기에 배팅파워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만 그대신 에버리지의 손해가 있어 정교함은 떨어지게 된다.
김태균이 많은 홈런을 생산하면서도 타율이 높은 것은 공을 오래볼수 있는 타격폼에서의 장점도 있지만 이부분도 영향이 크다고 본다.
체중이동을 보면 롱 스트라이드 히터들에 비해 그 폭은 작지만 허리의 리드를 통해 이동한다는 것을 볼수 있는데 처음 스텝을 내딛은 앞발끝이 다운되어 지면에 닫을쯤 교차로 뒷발이 업되고 있다. 즉 힙 로테이션(엉덩이 회전)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시발점인 것이다. 잘 이해를 못하겠다면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일전에도 윤석구의 야구세상 Batting Theory 카테고리를 통해 이야기한바 있지만 김태균의 타격은 현존하는 우주최강의 타자인 알버트 푸홀스와 비슷하다. 아니 비슷하다는 표현보다는 10%정도만(푸홀스의 스탠스가 더 넓기에)빼고 나머지는 똑같다는 표현이 더 옮바른 표현일것이다.
위에서 체중이동을 자세히 다루지 못한것은 그 부분의 느린 프레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부분은 김태균과 푸홀스가 비슷하기에 이걸로 대체 했다.
이 동작은 Shift 인테 앞발 끝으로 스텝을 짧게 내딛은 후 발 뒤꿈치가 다운될쯤 뒷발은 업되면서 체중이동이 시작된다.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즉 배팅 타이밍을 잡은 후 배트가 스타트 되는 과정에서의 체중이동은 그 포지션에서의 양 발이 Up & Down으로 교차하면서 이후 힙 로테이션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다소 건방져 보이는 발언이 될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전에 아는 지인이 모 사이트에 가서 김태균의 타격이야기를 어떤분이 올렸다고 해 가서 읽어본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이었다.
물론 타격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며 줏어 들은 말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내비치지 않았으면 싶다. 왜냐하면 거짓말도 자주 하면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흔히 로테이셔널 히터(rotational hitter)라고 불리우는 타격도 면밀히 관찰해 보면 타자마다 다를뿐만 아니라 함부로 대명사 시켜버리는 우를 범할때가 있다. 그냥 편의상 그렇게 나누어 놓은것 뿐인데 말이다.
틀의 면밀한 관점에서 보자면 김태균은 로테이셔널 히터가 맞지만 좀 더 더들어가서 분류를 하자면 rotate 타격스타일을 가진 타자라고 말하고 싶다. 이 두 표현은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rotate는 축을 중심으로 하는 체중이동방식이다. 배트 스타트 이전 클로즈된 상체 그리고 이후 타격과정에서 자신의 배팅공간에서의 강력한 힙 로테이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모든걸 종합해 보면 김태균은 한국의 알버트 푸홀스가 맞다.
김태균이 미국에 진출할지는 장담하긴 힘들다. 설사 가더라도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할수도 있다.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그의 현실상, 40-50억 정도의 금액을 국내구단이 제시하면 그 입장에서는 안가는게 이익일것이다. 하지만 일본진출은 기회가 되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한신 타이거즈를 위시해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많다는 소릴 들었는데 만약 일본에 진출할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코스 공에 약점이 없는 타자로 이미 성장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지구상에는 약점 하나 없는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태균은 약점을 극복했음은 물론 원래 지니고 있던 강점마저 극대화시켜 놓았다.
솔직히 일본내에서 이와쿠마의 인코스 공을 제대로 공략해낼 타자는 많지 않다. 또한 그 코스로 들어오는공을 파울이 아닌 인사이드 기술로 홈런까지 쳐내는 타자도 드물다.
리그와 환경이 다르지만 지금 현재 김태균의 기량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번 WBC에서 미국 본토 전문가들이 한국 야구를 보며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라고 칭찬했다.
또한 아시아 하면 항상 작은 체구의 선수들 이란 지금까지의 선입견도 금번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체격을 보며 인식의 틀을 바꿨을 것이다. 이정도 체격이면 수많은 타격방법론중 김태균이 가진 지금의 타격기술이 충분히 어울릴만도 하다. 미국야구가 김태균을 주목한 것은 지금까지의 아시아 야구에서 봐왔던 타자들의 타격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들 리그에서는 자주 접할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선입견의 틀속에 자리잡고 있던 아시아야구에 이율배반적(?)인 김태균의 배팅 스타일. 분명 매력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WBC에서 미국야구가 김태균을 주목했던 이유다.
사진 * GIF/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 야구도시 님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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