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12초룰'과 작년시즌 지나친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고자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기로 했다. 12초룰은 주자가 없을때 투수는 12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타자가 배터박스에서 양다리를 고정하는 순간부터)하며 이룰을 어겼을시엔 1차로 경고, 2차는 볼을 선언한다. 덧붙여 타자가 불필요하게 타석에서 벗어나는 것도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한다.

 이렇게 됨으로 인해 투수와 포수간의 약속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반복 학습이 좀더 필요로로 할듯 보이고, 이른 시간에 구종을 선택해야 하기에 좀 더 공격적인 피칭모습도 자주 연출될듯 싶다. 한국야구가 일본,미국 야구에 비해 경기 시간이 긴것은 사실이다. 정규시즌도 그렇지만 특히, 중요한 포스트시즌 같은 경우는 4시간이 넘는 경기도 자주 연출된다.

야구를 관람하는 팬들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솔직히 경기장 시설도 좋지 않은 곳에서 3시간이 넘도록 의자에 앉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다는 것은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방의 모구장 같은 경우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게 더 편할 정도로 그 후진성은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다. 개인적으로 경기시간(연장전 제외)은 9이닝을 기준으로 3시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되는게 가장 좋다고 본다.


필자가 2008년 일본시리즈(요미우리vs세이부)를 지켜보며 경기시간을 체크한적이 있는데, 일년중 가장 비중이 큰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7차전까지 가는동안 3시간을 넘어간 경기는 거의 없었다. 특히 1차전은 불과 2시간 45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한국시리즈에 익숙했던(한미일중 일본이 가장 늦게 시리즈를 치른다) 감각이 익숙해져 적응하는데 있어 상당한 애를 먹었다. 한순간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12초룰'은 투수와 타자 모두 적응만 된다면 특별한 문제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왕 `스피드업'을 위한 이러한 룰을 개정하기로 했었다면 투수교체에 따른 감독 또는 코치들의 마운드 침범(?) 시간도 확대적용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투수 교체를 할때마다 뒷호주머니에 양손을 쑤셔넣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마운드에 올라가는 투수코치를 보고 있노라면 성질급한 사람은 답답해 미칠정도다. 이러한 나무늘보와 같은 걸음걸이가 그동안의 관행 이기에 아무런 의식이 없는건지 아니면 그렇게 굼벵이처럼 걸어가는 동안 투수에게 해줄 말을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부분 역시 인식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규칙 개정에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스트라이크존 확대'다.
두차례의 시범경기(8일기준)를 통해 드러났듯이 지난해라면 볼이 되어야할 아웃코스와 인코스에 들어오는 공이 이젠 스트라이크가 선언되고 있다. 이부분은 당연히 타자가 불리할수 밖에 없다.
먼저, 좌우 스트라이크존의 폭이 넓어짐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될지와 타자입장에서 본 대처능력에 따른 부작용을 살펴보자.

                 올해 타자들은 인코스 공략을 위해 이 스윙연습(왼쪽)을 더욱 열심히 해야할듯

개인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 개정 하더라도 아웃코스는 모르겠지만 인코스까지 확대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첫째, 기존의 스트라크존에서 타자 몸쪽으로 공 반개까지 들어와도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면 과연 누가 그공을 쳐낼수 있느냐다.

개인적으로 현역선수들중 인코스 공을 잘치는 타자로 SK 박정권과 삼성의 채태인이라고 보는데, 바뀐 존이라면 이선수들도 쉽게 공략하기는 힘들것 같다. 또한 스탠스 위치에 따라 부상의 위험도도 예전보다 높아질수 있다. 가령 배터박스 안쪽선까지 타이트하게 붙어서서 타격준비 스탠스를 취하는 타자라면, 최소한 반족장 정도는 뒤쪽으로 물러나서 준비를 해야 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이전과 동일해진다.

기존의 타석위치에서 타격을 했다가는 몸에 맞을 위험성은 차치하더라도 설사 타구를 맞춰도 배트 그립과 가까운 곳에 컨택트가 될 확률이 높아 다량의 빗맞은 내야땅볼 생산도 우려되는 부분중 하나다. 인코스 공은 아웃코스에 비해 매커니즘상 컷트를 하기가 쉽지가 않다.

투수의 인코스 공을 대비하기 위해 좀 더 앞에서 미트지점을 설정해 놓고 스트라이크가 될것이 우려돼 스윙(컷트)을 하게 된다면 역시 다량의 3루쪽 파울볼(우타자 기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타자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해질수 밖에 없다. 단지 공 반개의 확대존에 따른 영향이 타격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손해로 돌아오게 되는것이다. 타고투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를 버리면 해결될줄 알았던 것이 +@가 돼, 타자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생겼다.

둘째,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동시에 넓혀 버리면 동양인 타자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신체적 불리함(서양에 비해 리치가 짧은)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나마 아웃코스만 넓어졌다면 모르겠지만 인코스까지 넓어지면 신장이 작은 선수는 아웃코스에 배트가 닿지도 않는다. 한국과 체격조건이 비슷한(이젠 우리가 더 크고 무겁다) 일본야구가 지난해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난 것은 투수들의 수준 때문이기도 했지만 태평양보다 넓은 스트라이크존도 한부분을 차지했다고 본다.

일본은 2009 시즌 직전 경기시간 단축을 이유로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와 `15룰'을 시행했었다. 그결과 지난해 일본은 외국인 타자(요미우리 라미레즈도 제외)를 제외하면 30홈런 이상을 터뜨린 토종 선수가 고작 4명 뿐이었다.우리보다 팀수도 4팀이나 더 많고 경기수도 11경기나 더 많은 일본야구란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리그 통틀어 출루율 4할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단 한명뿐(야쿠르트, 아오키 노리치카 정확히 .400)이었다. 요미우리와 세이부,요코하마(이팀은 그나마 올해 기대치)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들의 공격성향이 똑딱이화가 되어 가고 있는게 지금 일본야구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아직 NPB에서 스트라이크존과 룰변경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올해도 변함없이 극심한 투고타저는 계속될듯 보인다.

타격은 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이 매우 큰 종목이다. 투수가 맞아가면서 크듯, 타자 역시 삼진을 당하면서 성장을 해야하지만, 그 삼진(스트라이크)이 배트조차 닿지 않은곳까지 적용된다면 애초부터 대형선수로 성장해줄 기대는 포기하는게 옳을듯 싶다.
키가 크고 리치가 긴 선수도 작고 짧은 선수들 못지 않게 인코스 대처가 힘든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희섭(KIA)이나 이대호(롯데)와 같은 거구들은 스윙시 몸이 회전하는 공간이 원래부터가 큰데, 그 과정에서 인코스 공을 어떻게 대처해나갈지도 불안한 부분중 하나다.

전체적인 그림을 예상해 보자면 초구,이구부터 공격적으로 타격을 하는 선수들보다, 자신의 배팅존과 포인트 지점을 형성해 놓고 그외의 코스는 건드리지 않는 타격스타일의 타자들(선구안이 뛰어난)이 더 불리할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직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룰 변경과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3개월전에 통보함) 선수와 심판간의 마찰도 우려된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007년 투고타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마운드 높이를 13인치에서 10인치로 낮춘바 있다. 시행 2년만에 타고투저로 바뀌자 이젠 스트라이크존을 건드리고 있다. 근시안적인 한심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개인적으로 문득,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정말로 급했던 일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직도 잠실로 원정을 가는 팀들은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는, 그리고 개인물품을 복도에다 방치한 상태로 경기를 뛰는것이 한국야구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무엇이 먼저이고, 어떤게 개선인지를 한국야구위원회는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아무튼 이번 존 변경으로 인해 또다시 투고타저가 초래한다면 그 다음 수순으로 어떤게 바뀔지 궁금하다 못해 끔찍해진다. 그때되면 투수 마운드 높이를 그냥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정도다. 그러고도 남을 양반들이니까.


사진/ 연합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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