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쯤 전미 야구 관계자들을 떠들썩 하게 했던 브라이스 하퍼(Bryce Harper)에 관한 타격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당시 16세(1993년생)에 불과했던 이 소년은 고등학교 11학년과 12학년을 건너 뛰고 현재는 대학야구에서 활약중이다. 컬리지(College of Southern Nevada)인데 이팀은 2003년 챔피언 팀이다. 하퍼가 고등학교를 다 끝마치지 않고도 대학리그에서 뛸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대학야구를 하는 동안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수 있는 제도 때문인걸로 알려져 있다.
작년 이곳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는 하퍼가 가진 타격의 장점과, 앞으로 더 큰 선수로 발전해 가려면 스윙시 어떠한 부분을 수정,보완할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었다.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하퍼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팬들의 기대대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며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좋지 않은 버릇은 고쳤을까.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라도 `그 나이가 믿어지질 않을만큼의 재능' 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보통 `천재' 혹은 `신동' 이라고 부르지만 하퍼는 그 수식어에 더해 `괴물' 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옳바른 예의(?) 인것 같다.
위의 영상은 작년 하퍼의 타격장면인데 실제 경기가 아닌 프리배팅이다. 비록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170m의 괴력포를 쏘아올렸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그때의 모습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흔히 나무배트가 아닌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타구의 비거리가 더 크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타구의 비거리로만 놓고 보면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홈런의 비밀은 여러가지의 매커닉(Mechanic)과 신체조건, 저스트 미트(Just meet)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려야 생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Hit through the ball' 이다.
즉, 배트가 공을 만나는 접점부분(Contact)에서 얼마만큼 길게 끌고 가느냐가 타구의 비거리를 결정한다고 볼수 있다. 여기에다 한가지를 더 첨가하자면 공이 배트와 충돌하는 위치도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스윗 스팟(Sweet spot)' 지점이라고 흔히 표현하는데 이부분에 공이 부딪치면 적은 힘으로도 공을 멀리 보낼수 있다. 나무배트의 스윗 스팟 지점은 보통(84cm 배트를 기준으로) 배트 끝에서 10cm-12cm 지점이 보편적이다. 그럼 알루미늄 배트와 나무배트의 차이점은 뭘까?
알루미늄 배트도 스윗 스팟 위치가 있으며 나무배트 역시 존재한다. 이부분에 공이 맞게 되면 배트의 다른 부분에 공이 맞았을때보다 비약적인 비거리가 생산된다. 다만, 알루미늄 배트는 나무배트보다 꼭 이지점이 아니더라도 장타를 쳐낼수가 있지만 나무배트는 스윗 스팟 지점은 물론 위에서 말한 "Hit through the ball"의 스윙 매커니즘의 조건에 부합되지 않으면 장타를 생산하기가 힘들다.
그럼 알루미늄 배트와 나무배트의 스윗 스팟지점에 똑같은 힘을 가해서 가격하면 어느쪽 배트로 친 공의 비거리가 더 많이 나올까? 그건 당연히 나무배트다. 왜냐하면 알루미늄 배트에 공이 맞게 되면 배트가 찌러지며 공이 날아간다. 반면 나무배트에 공이 맞게 되면 배트가 아닌 공이 찌그러지게 된다. (나무니까 찌그러질리가 없지 않은가) 고무공을 딱딱한 벽(나무배트라고 가정)에 던졌을때 튕겨져 나오는 거리와 부드러운 흙(알루미늄 배트라고 가정)에 던졌을때, 전자쪽으로 던진 고무공이 더 멀리 튕겨져 나오는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말이 잠시 다른쪽으로 빗나갔다.
결론적으로 하퍼가 위의 영상처럼 알루미늄 배트로 프리배팅을 해 엄청난 비거리가 나왔다고 해서 나무배트와 비교해 폄하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하퍼의 스윙 매커니즘은 홈런을 쳐내기 위한 조건(위에서 쓴것처럼)을 모두 갖춘 타자이기 때문이다.
위의 영상에서도 알수 있듯 작년까지만 해도 하퍼의 타격은 큰 틀에서 두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점이란 앞으로 더 큰 무대(대학리그, 훗날 MLB)에서 좀 더 수준높은 투수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기에 좋지 않은 부분을 수정해야(미래를 위해서) 한다는 의미다.
먼저 하퍼는 좀 독특하게 스트라이드(Stride)를 한다. 처음 오픈스탠스에서 앞발을 안쪽으로 이동해 발바닥이 보일정도로(투수쪽에서 봤을때) 앞발 끝을 지면에 내딛는데(Leg turn)흡사 저스틴 업튼(애리조나)의 과거의 타격폼과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스텝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가장 큰 장점은 체중을 장전하는(Load Position) 과정에서 좀더 많은 몸의 회전을 이끌어낼수가 있는(쉽게 말하면 몸을 꼬왔다 힘차게 풀어버리는) 반면, 단점으로는 영상에서도 잘 나타나듯, 스윙이 출발하면서부터는 헤드업(Head Up)이 발생할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영상은 프리배팅이지만 실제 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 보다는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에 대한 대처능력에 문제점이 생길수도 있다. 또하나는, 스트라이드가 끝나고 배트가 발사하는 과정에서 뒤쪽 팔꿈치가 위로 한번 치켜올려 졌다가 나온다는 점이었다. 1년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장타력에 비해 정교함이 떨어지는 타격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와 비슷하다.
그럼 1년이 지난 지금은 타격동작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 1월 31일 대학리그 첫 홈런포를 쏘아올린 브라이스 하퍼의 타격연속 사진
위의 타격연속 사진은 하퍼가 지난 1월 31일 대학리그에서 첫 홈런을 쏘아올릴때의 모습이다.
처음 배팅타이밍을 잡으러 가는 독특한 스트라이드(Leg turn) 방식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가 작년과 비교해 낮아졌다. 이전에는 약간 업라이트 스탠스(Upright Stance)였는데 지금은 크라우치 스탠스(Crouch Stance)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가장 개선된 부분은 스트라이드가 끝나고 배트가 본격적으로 발사하기전 뒷쪽 팔꿈치를 공중으로 한번 들었다 나오는 동작(Elbow up)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됨으로 인해 스윙시 머리가 고정되지 않았던 부분이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위 세장의 연속사진은 스트라이드가 끝나고 배트가 발사하기 직전까지를 좀 더 가까이서 찍은 장면인데, 체중이동을 하면서 뒤쪽 팔꿈치가 들린 부분은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앞 어깨와 뒤 어깨를 가상의 가로선으로 그어본다면 거의 수평에 가까울 정도다.
대학리그를 뛰면서 타격코치에게 수정을 받았는지는 알수 없지만, 군더더기의 한부분을 말끔히 없애버렸다. 물론 최근 타격모습이 담긴 유투브에서는 간혹, 스트라이드를 지금처럼 하지 않거나, 그럼으로 인해 뒷팔꿈치가 한번 치켜올린 후 배트가 발사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이러한 작은부분에서의 출발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수 있다.
이부분만 놓고 보면 타격방법론이 전혀 다른 타자지만 이용규(KIA)가 지닌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숨겨져 있다고 본다.(이곳에서 한번 포스팅함)
덧붙여 체중을 앞으로 이동할때 배트 움직임의 전과정을 보면 흔히 타격전문 용어로 표현되는 Tip&Rip 즉, 스윙의 도움닫기를 통해 파워를 최대한 뽑아내는 스윙방법도 엿볼수 있다.
선천적인 체격조건을 가진 하퍼가 타격기술적인 부분까지 시나브로 되어 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이제 만 17세에 불과한 이 소년(다음부터는 청년이라고 불러야)이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대학리그에 와서는 주로 포수와 3루수를 맡아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유격수는 물론 외야까지 수비의 전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다. 한세대가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길 기원한다. 다음 세대는 브라이스 하퍼의 세상이 올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만 타자라고 본다.
사진/ 영상 캡처 & 윤석구의 야구세상 작업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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